[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무대 마지막 조명이 꺼지면 마음속 잔향이 그날의 공연을 넌지시 알린다. 2025년 5월 2~3일(평자 3일 관람), 포스트극장에서의 무대는 한참 동안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사유 깊다.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다. 육혜수 MOV.의 대표 육혜수(대전시립무용단 수석)의 안무작 <음_음: 소리, 몸의 감각을 깨우다>는 근래 포스트극장 창작 무대에서 본 수작(秀作)이다.
이 작품은 올 3월 초, 대전시립무용단의 단원 창작공연 ‘New wave in Daejeon’에서 출발한다. 2인무로 이루어진 작품 <ㅇㅣㅁ>은 ‘음_음’을 배태시킨 동인이다. 이번 공연은 출발은 여기에 두지만 신작(新作)으로서 질적, 양적 필요조건을 갖췄다. 육혜수 안무자를 비롯해 김지원, 유재현, 임희정, 이윤정, 유정희 등 움직임 좋은 대전시립무용단 단원들이 출연했다. 음악 이예찬, 소리 조아라, 의상 장희제 등이 함께해 춤의 선명도를 높였다.
<음_음>은 음이 지닌 세 가지 속성을 기호화해 현상학적, 미학적 순도를 높였다. 이 작품에서 ‘음’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소리의 ‘음(音)’, 그늘 ‘음(陰)’, 입 속으로 소리내는 의성어이자 감탄사 ‘음’이다. 세 가지 함의를 구조화시킨 안무자의 통찰력은 1시간 작품 내내 팽팽한 응집력을 발휘했다. 미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상미’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본(本)’을 희구한다. 춤과 삶의 사유체계에서 몸을 통해 본질을 길어 올리고자 한 안무자의 의도는 정확히 과녁을 맞췄다. 몸과 소리는 화살이 되어 마지막 자그마한 종이 울릴 때 그 울림은 대고(大鼓)의 울림 이상이었다. 인간의 본성이 각자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음이 된다고 안무자는 역설한다. 음양(陰陽)의 조화를 찾아 나서는 여정같은 작품을 만들고자 한 이번 공연은 공존의 가치를 존재론적, 인식론적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소리, 몸의 감각을 깨우다’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작품에서는 무언가를 일깨우는 자극의 작용과 반작용이 쉼 없이 일어난다. 부유와 침잠의 충돌과 해체는 ‘틈’이라는 빛을 찾아간다. 작은 틈이지만 그 틈은 숨과 쉼이 된다. 자유가 된다. 조화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중앙에 6명이 종대로 서 있다. 멈춰진 시간이 된다. 일률적인 움직임이 음악을 흡수해 나간다. 여섯 명이 각자의 공간을 차지해 있다. 제자리에서 반복해서 뛴다. 정(靜)에서 동(動)으로의 전환이다. 물리적 바뀜을 넘어선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주체적 발현이다.
비트감 있는 음악 속 움직임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의 원천이 돼 음과 음의 교차성이 커진다. 육혜수가 무대 앞쪽 중앙의 줄 끝에 매달린 종을 높이 들었다가 놓는다. 공명(共鳴)의 나이테가 공간 곳곳을 채워나간다. ‘공존을 향한 경계 넘기’다. 소리를 실은 몸의 감각 발현은 음(陰)의 행렬을 지나 양(陽)의 언덕에서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경쾌한 분위기로의 전환은 몸의 감각을 완전히 깨워 본(本)을 마주한 환희의 외침이라 할 수 있다.
점의 응집력, 선의 균질감, 면의 구성력이 직조된 이번 작품은 육혜수 안무자의 사유가 움직임으로 치환돼 울림이 더 컸다. 레퍼토리로서의 예술적 완성도가 큰 바, 타 공연장에서 밀도를 더 높여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무자_육혜수
대전시립무용단 수석
육혜수 MOV. 대표
충남대학교 무용학 박사 수료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출강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
한영숙 춤 보존회 이사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7dancetv@naver.com
Copyright(C)DANCETV, All rights reserved.
저작권자(c)댄스티브이,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음_음: 소리, 몸의 감각을 깨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