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TV=이주영 무용평론가] 현대춤의 역사, 가림다댄스컴퍼니(예술감독 손관중) 공연이 열렸다. 2025년 4월 24~25일(평자 25일 관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무대는 무용단 멤버인 차주연, 권재헌 두 안무자의 신작이 짙은 무향(舞香)을 전했다.
‘GARIMDA REVOLUTION_EQUITY’라는 타이틀처럼 공평과 공정의 가치를 공존(共存)으로 수렴하고자 했다. 권재헌은 ‘나’, 차주연은 ‘우리’를 중심에 두고서 작품을 전개했다.
권재헌 안무 <AIL>
무음악 속 한두 명이 나와 춤 분위기를 형성한다. 같은 듯 다른 듯 개성있는 움직임이 결합되고 충돌된다. 나(我)를 향한 숭고한 질주다. 템포감 있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여자 무용수 1명의 이채로운 움직임이 머리를 만지는 무용수를 끌어낸다.
<너는 이곳에 없었다>, <정복>, <Empty>, <Tool> 등을 안무한 권재헌은 작품에서 ‘사람이 가장 지독한 재난’이라 말한다. 자신이 자신을 구하지 않으면 누구도 구해줄 수 없음에 대한 역설(力說)이다. 나를 더욱 나답게 만들기 위해선 조각가의 끌이 쉴 새 없이 이어지듯, 보석 세공사의 정교함이 부단할 때 녹(綠)은 떨어지고, 빛(光)은 더할 수 있다. 자신을 향한 담금질이 춤으로 구현된다. 하지만 그 담금질은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제목 ‘ail’이 뜻하는 것처럼 무수한 괴롭힘과 고통은 월계관을 쓰기 전까지의 모습에 비견할 수 있다.
철판 테이블에 여자 무용수가 눕는다. 무용수들이 자로 잴 때 다른 사람의 반응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자아(自我)와 타자(他者)의 충돌을 마주하는 듯하다. 테이블에 사람이 묶인 듯 기대어 서 있는 장면은 극적 상승감을 끌어올린다. 무용수들이 각자의 몸에 립스틱을 바른다. 흰옷이 물들기 시작한다. ‘ail’의 미학적 형상화라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 중 검정 의상을 입은 한 명의 무용수와 하얀 의상을 입은 군무진의 대조를 통해 또 한 번 방점을 찍는다.
테이블의 금속성, 립스틱과 사탕 등의 물성과 움직임의 접합은 파열(破裂)과 차열(撦裂)을 불러낸다. 이어진 움직임이 나를 향한다. 화살을 피한 자아는 어느새 험준한 산을 넘었다. 편안한 숨을 내쉰다. 그 대지엔 금나현, 권유나, 조윤혜, 김하현, 라혜련, 김이현, 박정서, 김예림, 정인하, 조민경, 황서영이 있다.
차주연 안무 <FLATLAND>
‘FLATLAND’는 ‘평지’라는 의미다. 제목에서 연상되듯 불완전은 완전을 갈구한다. 사람도, 삶도 마찬가지다. <1인4역 순교자>, <Hello World> 작품을 안무한 차주연은 상생을 통해 우리라는 테두리 속에서 복잡다단한 간극(間隙)을 좁혀 ‘공존’이란 이름을 새기고자 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남녀 2명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시선을 끈다. 흰옷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가 경건하다. 사제(司祭) 풍이다.
안무자가 주목한 초와 전구는 ‘빛’이란 공통분모가 있다. 즉, 발광체다. 발광체는 반사체가 그림자 역할을 한다. 평등이란 이름 아래 숨겨진 모순이 이와 결을 같이한다. 안무자는 그 경계 속 공존의 영토가 넓혀지길 희망한다.
이 작품에서 투명 플라스틱 박스는 주요한 오브제다. 무용수가 들어가기도 하고, 이동도 시킨다. 춤적 조형을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지구라는 평면, 땅이란 대지에서 초와 전구는 형상과 강도는 다르지만 동질의 빛으로 소구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주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다. 빛의 메신저(messenger)로 송예슬, 이은호, 최한슬, 윤혁중, 장준혁, 변민지, 권이준, 양진석, 황혜린, 유호연, 양서윤, 김윤정 등이 함께했다.
권재헌의 ‘나’, 차주연의 ‘우리’는 ‘공존’을 향한 춤의 울림이 됐다. 가림다댄스컴퍼니(대표 최재혁)의 앞선 정신(Leading Spirit)의 힘을 목도한 4월이다.
이주영(무용평론가・고려대 문학박사)
사진 : B.H.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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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댄스TV= 이주영(무용칼럼니스트)-이주영의 무용읽기_2025 가림다댄스컴퍼니 정기공연